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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원서 돌아온 조선 보병 갑옷, 10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독일 수도원서 돌아온 조선 보병 갑옷, 100여 년 만에 고국으로

Posted May. 31, 2018 08:08   

Updated May. 31, 20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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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 보병(步兵)이 전쟁터에서 입던 갑옷(사진)이 10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의 갑옷인 면피갑(綿皮甲)을 독일 바이에른뮌헨 근처의 장크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으로부터 올 1월 기증받았다고 30일 밝혔다. 분석 작업과 보존 처리를 거쳐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갑옷을 공개했다.

 이번에 돌아온 갑옷이 독일에 나간 시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크트오틸리엔수도원 신부들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1910, 20년대로 추정된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길이 101cm, 어깨너비 99cm 크기인 이 갑옷의 안쪽에는 주인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李○瑞’(이○서)라고 적힌 묵서가 있다. 갑옷의 겉감은 면직물로 만들어졌으며 환생과 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연화당초무늬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갑옷 안쪽에는 돼지가죽으로 만든 3겹의 갑찰 194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

 차미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1808년 편찬된 군정(軍政) 관련 서적인 만기요람(萬機要覽)에서 ‘피갑 2892벌을 보군에게 나눠줬다’는 기록이 있어 조선 후기의 면피갑으로 추정한다”며 “현존하는 조선시대 갑옷이 12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면피갑을 기증한 장크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에는 한국 유물 17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수도원은 2005년 경북 칠곡 왜관수도원에 ‘겸재정선화첩’을 영구 대여한 것을 비롯해 올 1월에는 국내 최초 양봉 교재로 알려진 ‘양봉요지’를 영구 대여 형태로 반환하기도 했다. 이번 반환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수도원 선교박물관 유물을 조사한 뒤 면피갑을 보존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흔쾌히 기증을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