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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아시아 넘어 미-유럽으로

Posted September. 19, 2016 07:15   

Updated September. 19, 20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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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소호 지역의 한 전시 공간. 니만마커스, 버그도프 굿맨 같은 미국 고급 백화점의 패션 바이어 등 300여 명이 몰렸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여성복 ‘구호’의 2017년 봄여름 프레젠테이션을 보러 온 것이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줄줄이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에 패션계 주요 인사들이 낯선 브랜드인 구호를 찾았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본 내털리 레시카 니만마커스 패션 디렉터는 “(삼성이) 1950년대부터 소재 사업을 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라며 “구호는 좋은 소재와 가격 경쟁력, 미니멀한(간결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뉴욕에서 긍정적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구호가 올해 뉴욕 패션위크 ‘데뷔’를 마치고 글로벌 사업에 시동을 건다. 삼성물산은 최근 고급 남성복 ‘준지’와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앞세워 온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 삼성물산, 아시아의 LVMH 꿈꾼다

 구호는 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1997년 만든 여성복으로 2003년 당시 제일모직이 인수해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대형 브랜드로 키웠다. 국내에서 고급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 뒤 지난해부터 본격 해외 진출 준비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여성의 체형 연구부터 시작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옷은 한국 옷보다 어깨 너비와 소매통은 줄어들고, 총길이는 길어졌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뒤 현지 반응은 좋은 편이다. 내년 봄부터 영국 런던의 셀프리지, 홍콩 레인크로퍼드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뉴욕 법인을 중심으로 미국 고급 백화점들과의 판매 계약도 협의 중이다.

 구호의 해외 진출은 이 사장이 브랜드 구조조정 끝에 내놓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데렐쿠니’ ‘엠비오’ 등 수익성이 적은 브랜드는 접고, 구호와 에잇세컨즈, 준지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브랜드에 집중 투자해 왔다. 한국에서 시작해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 북미 시장을 차지하는 게 이 사장의 목표다. 올 초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진 콜린 삼성물산 글로벌익스팬션팀 상무는 “삼성물산은 아시아의 루이뷔통모에에네시그룹(LVMH)처럼 다국적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기업이 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 K패션의 2라운드 전략은 고급화

 삼성을 필두로 한 최근 한국 패션의 글로벌 사업은 고급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K팝과 한류 바람을 타고 주로 중국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는데, 이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정면 승부를 하려는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호가 처음 선보인 올해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 한국 디자이너 ‘유나 양’의 패션쇼도 화제를 모았다. 16일(현지 시간)부터 열린 런던 패션위크 첫날 화제의 주인공도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유돈 초이’였다. 성주그룹의 ‘MCM’은 지난달 미국 액세서리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트렌드세터 상’을 받았다.

 K패션이 ‘연예인 효과’가 아닌 옷 자체로 승부하며 고급 시장을 두드리자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패션 의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늘었다. 가방과 벨트는 미국과 일본 시장 수출이 각각 17.6%, 22.8% 증가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