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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는 ‘예우’가 아니라 반칙이며 범죄다

전관예우는 ‘예우’가 아니라 반칙이며 범죄다

Posted April. 22, 2019 07:40   

Updated April. 22, 20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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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검사 등 공직에 근무하다 개업한 전관(前官) 변호사의 최근 7년간 사건 수임 건수가 서울의 개업 변호사 평균 수임 건수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변호사법을 6차례나 고치고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도 제정했지만, 전관 변호사와 일반 변호사의 수임 격차는 두 배로 벌어졌다.

 법원, 검찰에 근무했던 경력에 기대어 전관 변호사들이 쉽게 큰 돈을 버는 현실은 법조계 전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현직 판·검사들이 옛 상사, 동료에게 이익을 주는 쪽으로움직일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전관 변호사가 누리는 호황은 유지될 수 없다. ‘정운호 게이트’ 등에서 드러난 법조계 전·현직의 음험하고 부당한 유착이 전관 변호사들을 배불리고 있는 것이다. 전관예우는 단순히 편의를 베푸는 차원을 넘어서서 전관에게 일을 맡기지 않은 상대편 사건 당사자에게 직접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죄다. 그 피해자는 고액의 변호사를 수임할 형편이 안되는 시민일 수도 있고 국가, 즉 국민 전체일 수도 있다. ‘예우’라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인 반칙이며 ‘법 앞에 평등’이라는 사법정의 구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인 것이다.

 전관예우는 법률서비스의 질저하를 불러오기도 한다. 변호사가 시간이나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건 수에는 한계가 있다.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맡다 보면 변론이 부실해지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변론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전관변호사들 가운데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막후에서 ‘몰래 변론’을 하거나 고문변호사나 자문 계약 같은 편법으로 사건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사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훼손을 초래한다.

 전관 변호사가 사건 수임을 독점하는 법률시장의 비정상을 바로 잡기 위해선 학연과 지연, 사법연수원 기수 등 인연을 중시하는 법조계의 폐쇄적인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이 전관예우 의심 사례의 신고를 받고 조사할 수 있는 독립된 기능을 갖추고 일벌백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관예우는 법조계만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가 경계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민간기업이 규제·권력기관 출신의 퇴직 공직자를 고액 연봉에 채용하는 것도 전관 특혜를 기대해서 일 것이며, 공무원들이 규제권한을 한사코 놓지 않으려는 데도 퇴직후 특혜받는 구조를 유지하려는 욕심이 작용할 것이다. 공직자는 옛 동료에게 베푸는 사소한 호의가 공정사회를 위협하는 반칙이며 국가의 신뢰를 흔드는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