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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제노바 다리 붕괴…45m 아래로 차량 35대 추락

伊 제노바 다리 붕괴…45m 아래로 차량 35대 추락

Posted August. 16, 2018 07:48   

Updated August. 16, 20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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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공학에서 모란디 다리(1968년 완공)는 보석과 같았어요. 당시 새로운 기술로 지어졌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수없이 그 다리를 지났는데 늘 새로웠죠.”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난 안드레아 몬테푸스코 로마 루이스대 건축공학 연구원은 14일 모란디 다리의 붕괴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50년 전 완공된 모란디 다리는 탑에 교량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사장교로 총길이 1.182km에 달한다. ‘제노바의 브루클린 브리지’라고 불릴 정도로 제노바의 자랑거리였다. 브루클린 브리지(1883년 개통)는 미국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현수교다.

 개통 반세기 만에 모란디 다리가 제노바를 재앙으로 몰아넣었다. 14일 오전 11시 30분 모란디 다리의 80m가량이 무너져 내려 최소 35명이 숨졌다. 실종자도 3명으로 추정된다. 제노바 경찰 대변인은 15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밀라노, 프랑스 등을 잇는 A10 고속도로에 있는 이 다리는 제노바를 포함한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과 리구리아 해변을 연결하는 분기점에 자리 잡고 있어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특히 사고일은 성모승천대축일 휴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라 평소보다 통행 차량이 많았다.

 붕괴 당시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 35대가 45m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당시 교량 위에 있었던 운전자 알레산드로 메그나 씨는 “갑자기 다리가 그 위에 있던 차들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종말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의 칼리아리 소속 전직 골키퍼 다비데 카펠로는 붕괴 당시 다리에서 떨어졌으나 살아남았다. 그는 “차 밖으로 나오고 나서도 내 차가 어디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며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그것은 아포칼립스(대재앙)였다”고 말했다.

 소방관 250명은 밤새 생존자 구조 작업을 벌여 붕괴된 다리에 깔려 있던 7명을 구출했다.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다리 근처에 거주하던 440여 명을 대피시킨 상태다. 다리 아래와 인근에 주택과 건물들이 있었으나 콘크리트 더미가 이곳을 덮치진 않았다.

 경찰은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붕괴 당시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으나 당국은 구조적 결함 또는 허술한 건축 관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현장을 방문해 “엄청난 비극으로 현대 국가, 현대 시스템 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하며 당국이 구조적 결함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예산의 한계가 시민 안전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물어야 한다”며 “비인간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비극의 책임을 져야 될 사람에게 책임을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닐로 토니넬리 교통장관은 “(모란디 다리처럼) 1960년대 건설된 많은 다리와 사장교를 대상으로 충분한 보수,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반적인 안전 점검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모란디 다리의 위험성에 대해 사전 경고가 있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모란디 다리는 2016년 보강공사를 했다. 당시 제노바대의 안토니오 브렌치크 교수는 “모란디 다리는 공학기술의 실패”라며 “새로 건설하는 게 비용면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2011년에 나온 이탈리아 고속도로 회사 오토스트라데 리포트 역시 출퇴근 시간에 차가 너무 많이 지나가 매일 부식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탈리아는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도로 건설과 보수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이는 부실 공사와 점검으로 이어졌다. 도로 건설과 정비 예산은 2006년 연간 142억 유로(약 18조3180억 원)에서 2010년 33억 유로(약 4조2570억 원)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04년 이후 이탈리아에서만 12개의 다리와 고가가 붕괴했다. 2015년 예정보다 3개월 먼저 완공된 시칠리아섬에 개통된 스코르차바케 사장교는 개통 열흘 만에 주저앉아 부실 공사 논란이 컸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