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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금지

Posted July. 11, 2018 08:18   

Updated July. 11, 20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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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여, 내 가련한 영혼을 도우소서!” 1849년 10월 7일 ‘탐정소설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가 남긴 단말마의 탄식이다. 유명 탐정소설 작가인 엘러리 퀸은 포가 “사실상 현대적 탐정소설의 모든 주요 원칙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셜록 홈스부터 ‘명탐정 코난’에 이르기까지 탐정은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지 오래다.

 ▷탐정만큼 소설과 현실의 차가 큰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는 탐정(민간조사원)이 없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 40조는 신용정보회사 말고는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 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탐정이라는 말도 쓸 수 없다. 그 대신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생활조사 등의 업체들이 존재한다. 소설의 탐정들처럼 멋진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주 업무는 아니다. 상당수는 배우자 불륜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한다. 몰래카메라나 차량위치추적기 등을 써서 불법적으로 정보를 빼내고 이를 이용해 공갈, 협박하는 일도 빚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탐정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핑커턴’이라는 세계 최초 사설 탐정업체로 유명한 미국이나 호주,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허가제로 운영한다. 1892년 오사카(大阪)에 생긴 ‘상업흥신소’를 효시로 하는 일본만 예외적으로 신고제다. 사설 탐정학원 같은 기관에서 약 2주간 교육을 받으면 탐정이 될 수 있다. 현재 약 6만 명이 활동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이래 탐정을 법으로 보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7차례 발의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신용정보를 악용해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법무부 변호사집단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재판관 전원 일치로 신용정보보호법 40조가 합헌이라고 결정하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전직 경찰관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5000∼1만 명을 헤아린다는 국내 ‘탐정’들은 탄식할 터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논란을 끊어내지 못했다는 자업자득의 측면도 있다.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