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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심장’ 기성용, 페널티킥 첫 득점자 될까

‘한국의 심장’ 기성용, 페널티킥 첫 득점자 될까

Posted June. 11, 2018 08:31   

Updated June. 11, 20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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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졌다, 졌어.”

 페널티킥 연습에서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수차례 골을 내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고개를 흔들었다. 9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이 끝난 뒤 기성용은 그라운드에 남아 페널티킥을 반복했다. 기성용의 킥은 ‘페널티킥 쇼’와 같았다. 골대 구석에 꽂히는 강력한 슈팅, 파넨카 킥(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킥)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킥 파워가 좋고 정확성이 높은 기성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의 페널티킥 키커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날 김진현과 번갈아 골문을 지킨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는 “성용이의 킥을 많이 봤기 때문에 슈팅 코스를 예측해 미리 몸을 날려봤다. 막을 수 없을 만큼 예리했다”고 말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31골을 넣었지만 페널티킥 골은 없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이을용(미국전)과 안정환(이탈리아전)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실축했을 때는 ‘이민을 가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태어나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중압감에 시달리는 수비수들이 다급한 마음에 반칙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데다 성인 월드컵 최초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기 때문. 대표팀 관계자는 “수비수들의 교묘한 반칙 등이 모두 카메라에 포착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널티킥은 일반적으로 키커가 골키퍼보다 유리하다. 키커와 골대까지의 거리는 11m. 키커가 시속 90∼100km(성인 남자 선수의 평균 슈팅 속도)로 공을 차면 골라인 통과 시간은 0.5초인 반면에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0.6초다.

 수치상 골키퍼의 방어가 불가능하지만 미국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키커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킬 확률은 80%다. 키커와 골키퍼의 심리 싸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공의 방향을 예측해 미리 몸을 던지는 골키퍼의 모습에 당황한 키커가 골대 밖으로 공을 날려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영국 엑스터대 연구팀은 “키커는 골키퍼의 동작을 무시하고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키커의 눈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골키퍼를 오래 바라볼수록 불안감이 높아져 킥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리버풀 존무어대 연구진은 첨단 카메라를 이용한 기법을 통해 페널티킥을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키커는 5, 6발자국의 도움닫기에 이어 신체 중심을 기준으로 20∼30도 각도로 슈팅을 날리는 것이 좋다. 공의 속도는 시속 105km 이상이 좋다. 이 경우 공은 크로스바와 골포스트에서 각각 50cm 안쪽 지점으로 향해 골키퍼가 막을 수 없다.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기 위한 비법은 없을까.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키커의 발 모양은 공의 방향이다. 차기 직전 지면에서 킥을 지탱하는 쪽 발의 발끝은 80% 정도 공이 나갈 방향을 가리킨다”고 보도했다.

 한편 대표팀은 11일 오후 10시 30분 오스트리아 그뢰디히에서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다. 월드컵 본선 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대표팀은 세네갈전에서 베스트 11과 세트피스를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 본선 H조에 속한 세네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7위(한국 57위)로 개인기와 공격 스피드가 뛰어난 팀이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을 소집한 후 월드컵 본선 진출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