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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면죄부 주고 남북관계 호전된들 얼마나 가겠는가

‘탄도미사일’ 면죄부 주고 남북관계 호전된들 얼마나 가겠는가

Posted May. 18, 2019 07:23   

Updated May. 18, 20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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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은 북한이 4일과 9일 발사한 미사일 3발 모두가 동일한 종류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KN-23’이라는 식별코드까지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군은 어제도 “한미가 공동으로 발사체의 세부적 특성과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신 정부는 그간 유보해온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집행하기로 결정하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도 승인했다.

 정부도 북한이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적극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미 한미가 그런 분석 결과를 내부적으로 공유한 것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그게 주한미군사령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 입장은 양국 정부가 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탄도미사일로 분석되지만, 아직 ‘공식 결과’가 아니고 한미 공동의 확정 절차가 남아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이처럼 정부가 머뭇거리는 이유는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북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결론 나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시험발사’를 금지한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인 만큼 대북 규탄과 경고, 나아가 군의 대응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까지 제시하면서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화 복원을 시도하는 정부로선 자칫 북한을 자극할까 걱정이 앞서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한미 공동의 분석’을 내세우며 은근히 미국 쪽에 최종 판단을 미루는 듯한 분위기도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정확도와 파괴력을 고도로 높인 신형 기종으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소형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낙하 단계에서 목표물을 찾아가는 유도기술까지 갖춰 요격하기도 어렵다. 바다 건너 미국에선 “단거리미사일에 불과하다”고 넘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당면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인 것이다.

 그런데도 어떤 위협적 도발인지 규정조차 못한 채 흐지부지 넘어갈 수는 없다. 혹시라도 남북관계를 위해 아무 일 없었던 듯 넘긴다면 북한의 도발에 면죄부를 주고 김정은 정권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나아가 그렇게 해서 남북관계가 호전된들 그 관계가 오래 갈 수는 없다.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면서 우리의 대북 대응태세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향후 남북관계도 정상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