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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회의가 곧 축제” 주민들이 나서 마을 현안 해결한다

광주=한우신 기자

입력 2019-06-04 03:00:00 수정 2019-06-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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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꾸는 지방자치] <상> 주민자치회 현장

광주 광산구 비아동 ‘도란도란 한옥카페’에 모인 주민 협치기구 ‘비아이음소’ 사람들이 마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옥카페는 비아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까망이협동조합이 주도해 2015년 12월 문을 열었다. 비아마을에서는 마을 브랜드를 기반으로 특산품 판매와 마을 투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3일 광주 서구 금호1동 금부초등학교 인근 도시공사2단지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놀면서 똑똑해지는 보드게임 교실’이 문을 열었다. 이날부터 매일 오후 2∼6시 커뮤니티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커뮤니티센터에 아이들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지난해 9월 금부초교에서 열린 학교총회에서 다수 학생이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학급회의나 전교회의가 학교 내부에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사항이나 지켜야 할 일들을 정하는 것이라면 학교총회는 학생들이 학교 밖 자신의 마을에서 일어나거나 해결했으면 하는 일을 스스로 정해 제안하는 형식이다. 금호1동 주민자치회가 이 같은 학교총회 아이디어를 금부초교에 냈고 학교장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그 결과 학생들이 통과시킨 의제인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주민자치회가 백방으로 나섰고 9개월 만에 실현한 것이다.

○ “마을 일에 관심 갖는 사람이 는다”

학교총회는 금호1동 주민자치회가 주관하는 여러 마을회의에 속한다. 2016년 2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지역 49곳에 포함돼 출범한 금호1동 주민자치회는 마을 주민들이 의견을 나누는 장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주민자치회 준비 단계였던 주민자치위원회는 2015년부터 음악회 운동회를 비롯해 마을 현안을 논의하는 ‘별밤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박태순 금호1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회의, 마을총회라고 해서 딱딱한 자리일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마을총회가 곧 축제라는 생각으로 참여를 독려한다”고 말했다.

각종 모임을 통해 모인 의견은 1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에 나선다. 지난해 총회에서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는 자동차들이 천천히 주행하도록 하기 위해 ‘학교 앞 차량제한속도 시속 30km’라는 의미의 ‘30’이라고 적힌 가방 덮개를 배포하기로 했다. 올해 4개 초등학교 입학생 약 400명에게 이 덮개를 지급했다. 매달 30일을 캠페인의 날로 정해 덮개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자치회가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건 마을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관청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경남 금호1동장은 “새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주민들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정책 실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또 “상가 재개발 문제같이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갈등이 쉽게 안 풀리는 문제도 주민자치회가 중재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법이 지향하는 주민자치


금호1동의 모습은 올 3월 행안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향하는 주민자치를 앞서 실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개정안은 지방자치의 지향점이 주민자치에 있음을 명시하고 실행 방법을 제시했다. 법의 목적을 설명한 1절(총칙) 1조에는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주민자치를 실현할 핵심 수단인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운영방식도 규정했다. 현재는 주민자치회 운영에 관한 사항은 지방자치법이 아닌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했다. 행안부 자치분권제도과 관계자는 “지방자치 근간 법안에 주민자치회 운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단체들의 지원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민자치가 정착하기까지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광주 광산구 비아동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자치 조직 10여 곳이 모여 ‘비아이음소’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에 참여하는 ‘까망이 협동조합’에서는 동 주민센터 옆의 창고로 쓰이던 한옥건물을 개조해 2015년 12월부터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 소통 장소이자 음료 판매로 얻는 수익을 통해 자치 활동을 뒷받침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비아이음소 사람들은 마을에서 수익 활동을 펼칠수록 자치활동도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비아(飛鴉)’에서 착안해 까마귀 캐릭터 ‘까망이’와 ‘까비’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아마을에서는 까망이 까비 캐릭터를 전통시장이나 상점에 활용하고 지역 특산 막걸리에도 부착할 예정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사업을 펼치다 보니 크고 작은 일로 대립하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주민자치 기구에서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나 행정기관과의 충돌이 잦다. 박익성 비아이음소 소장은 비아마을에서도 여러 갈등이 있었다며 “그래도 내 고향을 발전시킨다는 큰 뜻을 되새기고 서로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마을에서 펼치는 수익 활동이 실제 성과를 냈을 때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지 않고 주민들 간 단합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경제부 페이스북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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