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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 한국이 올림픽 꿈 선물… 베이징선 더 화려한 스키”

임보미 기자 입력 2018-03-31 03:00수정 2018-03-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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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출신 평창 대표 이미현
해외 입양아 중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고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를 밟은 스키 슬로프스타일의 이미현이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힘차게 뛰어올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스키 슬로프스타일 국가대표 이미현(24·대한스키협회). 해외 입양아 출신인 그는 한국 국적을 회복해 태극마크를 달고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0.2점이 모자란 예선 13위에 그쳐, 12위까지 오르는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미현은 실망하기보다는 어느새 다가올 내일을 떠올리며 미소까지 지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을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첫 올림픽 도전이었고 다 소중한 경험이잖아요.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이제 베이징에 가야죠.”

이미현은 4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할 생애 첫 프로야구 시구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롯데는 2015년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알게 된 친구의 응원 팀. 이미현 역시 어느새 롯데 팬이 됐다.


생후 2, 3개월 즈음의 이미현.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국내에서 찍었다. 이미현 제공
한 살 때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미국 스키코치 부부에게 입양된 이미현은 세 살 즈음부터 양부모에게 스키를 배웠다. 겨울이면 미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프리스타일 로컬 팀을 지도했고 일반 스키 강사는 물론이고 스키장 렌털숍 아르바이트도 했다. 스키장이 문을 닫는 여름에 오히려 본격적인 ‘극한 알바’가 시작됐다.


“여름에는 정말 ‘풀타임’으로 일했어요. 낮에는 수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맥도널드 야간 알바를 한 적도 있어요. 그땐 잠을 거의 안 잤죠.”

스키가 곧 삶이었던 이미현은 대한스키협회의 초대로 2015년 1월, 자신이 태어난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방문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국적을 회복해 정식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미국 국가대표가 될 만큼의 실력은 안 됐어요. 그런데 한국이 저에게 기회를 줬어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미현은 서울 강남에 있는 한국어 학원에서 3일간 집중적으로 한국어 기본 자모를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현재 이미현은 한국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하기는 여전히 서툴다. 이 기사는 기자와 영어로 인터뷰한 것을 옮긴 것이다.)

입양된 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이미현의 출생지는 경남 진주다. 하지만 이미현은 아직 진주에 가본 적이 없다. 이미현은 “그간 운동하느라 마땅히 시간이 없기도 했고 누구와 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가게 되겠죠. 서두르지는 않으려고요.”

평창 올림픽을 통해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이미현에게 올림픽이 끝난 뒤 자신이 아빠 같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나타났지만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미현은 부모님을 찾는 일에 대해 “그렇게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혹여나 이 기사를 읽게 될지도 모르는 친부모를 향해 이미현은 이런 말을 전했다.

“동방사회복지회나 제 에이전시에 연락을 주시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괜찮아요. 혹 연락을 원치 않으신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새로운 가족이 있을 수도, 찾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23년 전 일이니까. 피치 못할 상황이라면 그것도 다 이해해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스키 슬로프스타일 국가대표#슬로프스타일 스키 이미현#2018 평창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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