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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도 공중제비’ 척척… “나의 한계를 알고 싶다”

임보미기자 입력 2018-01-17 03:00수정 2018-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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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꿈을 묻다]<12> 스노보드 빅에어 초대 챔프 노리는 맥스 패럿
스노보드 빅에어 올림픽 초대 챔피언을 노리는 맥스 패럿이 지난해 12월 미국 코퍼마운틴 월드컵을 앞두고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다. 패럿은 “스노보드 중에도 빅에어는 정말 엄청난 ‘쇼’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보드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퍼마운틴=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영화배우 에디 레드메인을 닮은 곱상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는 그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맥스 패럿(24·캐나다)은 ‘절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고난도 기술들을 해마다 보란 듯이 성공해내는 스노보더다.

2013년 X게임 슬로프스타일 최초 백사이드 트리플 콕(진행 반대 방향으로 회전축 3번 바꾸며 4회전) 랜딩 성공, 2014년 X게임 최초 연속 트리플 콕 랜딩 성공, 2015년 스위치 쿼드러플 언더플립 1620(보드 아랫부분을 잡고 뒤로 4.5회전) 점프 최초 성공, 2016년 스위치 트리플 콕 1800(진행 방향 바꾸며 회전축 3번 바꾸며 5회전) X게임 빅에어(대형 점프대에서 도약해 점프, 회전, 착지, 비거리 등을 겨루는 스노보드 종목) 최초 성공, 2017년 스위치 쿼드러플 언더플립 1620 X게임 빅에어 성공…. 해마다 그가 성공시켜 낸 이 모든 커리어 앞에는 ‘세계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다.

그간 최초로 성공시킨 스노보드 기술을 묻자 패럿은 “나도 정확히 언제인지는 헷갈린다”고 웃으며 기술들을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읊었다. 워낙 많고 복잡해 받아 적는 데도 몇 번이나 ‘잠깐만’을 외쳐야 했다.


스노보드 빅에어는 결선 3차 시기 중 가장 높은 연기 점수 2개를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가장 고난도 기술을 가장 완벽에 가깝게 성공시키는 사람이 금메달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난도 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쿼드러플 점프를 하는 맥스 패럿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다. 맥스 패럿 트위터
스노보드 기술의 새 지평을 연 패럿은 평창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데뷔하는 빅에어의 강력한 초대 챔피언 후보다. 지난해 말 미국 코퍼마운틴 월드컵을 앞두고 그를 만나 물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새로운 점프를 성공시키는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느냐고.


“어렸을 적부터 프로 스노보더가 되고 싶었다. 꿈을 이루고 난 후에 또 다른 꿈을 찾아야겠다고 느꼈다. 막연하게 아무도 해보지 않은 트릭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막상 처음 새 기술 랜딩에 성공하니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계속 내 한계를 끌어올리고 싶다. 정말 멋진 일이다.”

남들은 평생 하나 하기도 어려운 ‘최초’ 기술을 수차례나 해낸 스노보더. 하지만 그런 패럿도 처음 ‘스노보더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들은 첫마디는 “뭐라고(What)?!”였다.

“아버지는 ‘세상에 대체 몇 명이나 프로가 되냐. 네가 프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하셨다. 또 투어를 다니면 학교까지 못 다닌다고 하니 더욱 반대하셨다.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안 간 사람이 나다. 우리 가족에게는 굉장히 심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패럿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온갖 스노보더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탐색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보드 타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께 딱 1년만 도전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게 17세 때였다. 그리고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며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

부모님마저 믿지 못하는 일을 단박에 결심한 10대 소년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 간절하게 원했던 그 무언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 역시 스노보드였다.

“아홉 살 때였다. 스키는 두 살부터 탔는데 부모님께 보드를 사달라고 하니 위험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스스로 보드를 사기로 결심했다. 이듬해 여름 동네 잔디란 잔디는 다 깎았다. 이웃들이 어린애가 잔디를 깎겠다고 하니 재미있게 봐줬던 것 같다. 결국 그해 겨울 내가 번 돈으로 보드를 샀다.”

이후에도 패럿은 보드를 탈 수 없는 여름이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굵은 땀을 흘렸다. “계속 점프를 배우다 보니 (기술을 연습할) 내 트램펄린을 하나 사고 싶었다. 당연히 부모님이 안 사주셨고 또 잔디를 깎았다. 동네 골프클럽에서도 여름마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 결국 그는 3년 가까이 모은 알바비로 마당에 트램펄린을 들여놨다. 90타 전후의 골프 실력은 덤으로 남았다.

목표를 계획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쏟는 일이 익숙한 그는 지금도 코치 없이 홀로 전 세계 투어를 다니며 밥 먹듯 우승한다. 숙소와 비행기표 예약, 스폰서 관련 이메일 작성도 모두 그의 몫이다. 그가 눈밭에 홀로 나서길 겁내지 않는 이유는 시즌 준비는 이미 비시즌에 모두 마쳐 놓기 때문이다.

“비시즌에는 개인 코치가 세 명 있다. 트램펄린 전담코치, 체력 코치, 그리고 멘털 트레이너다. 하지만 눈 위에서는 코치가 없다. 일단 보드를 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패럿은 지난해 빅에어 테스트 이벤트를 치르며 평창을 찾았다. “빅에어 경기장이 천연 눈이 아니라 철제 구조물로 지어졌다고 해서 실망했다. 점프대가 작아 고난도 기술을 시도할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보니 경기장이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테스트 이벤트 내내 모든 게 좋았다. 단점을 찾는다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보드를 들고 계단을 걸어야 했던 것? 찾을 수 있었던 단점이 딱 그거 하나였다(웃음).”

그가 평창에서 올림픽 메달을 다퉈야 할 라이벌은 마크 맥모리스, 세바스티앙 투탕 등 모두 캐나다 동료들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남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 내 기술을 해내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선수층이 두꺼운 캐나다에서 최대 4장밖에 주어지지 않는 올림픽 티켓이 걸린 선발전을 통과하는 건 그에게도 늘 힘든 일이다.

“지난 시즌에는 티켓 따느라 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그는 “그래도 이번에는 나은 편이다. 소치 올림픽 때는 출전이 고작 2주 전에 확정됐다”며 웃었다. 맥모리스와 일찌감치 평창행 티켓을 확보한 패럿은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스노보드의 지평을 한 단계 넓히는 데 도전한다.
 
:: 빅에어 ::
1개의 큰 점프대를 도약해 플립, 회전 등의 공중묘기를 선보이는 스노보드 경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참가 선수들은 높이 49m, 최대 경사 40도의 점프대에서 묘기를 시도한다. ‘빅에어’라는 종목 이름이 말하듯 같은 난이도의 점프라도 높이와 비거리가 클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맥스 패럿은 ::
▽생년월일: 1994년 6월 6일(캐나다 퀘벡)
▽키, 몸무게: 180cm, 70kg
▽수상 기록: 월드스노보드 투어 빅에어 챔피언 2013∼2014, 2015∼2016, FIS 월드컵 빅에어
챔피언 2015∼2016, X게임 빅에어(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슬로프스타일(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성공시킨 신기술: 2013년 슬로프스타일 X게임 최초 백사이드 트리플 콕 랜딩 성공, 2014년 슬로프스타일 X게임 최초 연속 트리플 콕 랜딩 성공, 2015년 최초 스위치 쿼드러플 언더플립 1620 점프 성공, 2016년 최초 슬로프스타일 3연속 트리플 랜딩 성공, 최초 빅에어 X게임 캡 트리플 1800 랜딩 성공, 최초 더블 백사이드 로데오 성공, 2017년 빅에어 X게임 최초 쿼드러플 언더플립 1620 랜딩 성공
 
코퍼마운틴=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스노보드 빅에어#맥스 패럿#평창 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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