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

“오직 올림픽-스노보드만 생각… 놀랄만큼 어려운 기술 펼칠것”

임보미기자 입력 2018-01-04 03:00수정 2018-01-04 04:48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별들에게 꿈을 묻다]<9> 하프파이프 황제 숀 화이트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숀 화이트가 평창 겨울올림픽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름인 화이트와는 반대로 평소 검은색을 좋아하는 그는 반다비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는 “원래 하얀색 인형(수호랑)이 있었는데 강아지가 물어뜯어 놨다. 이번에는 침대 위 높은 곳에 잘 두겠다”며 웃었다. 프리스코=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적인 스노보드 스타 숀 화이트(32·미국)는 지난해 9월 뉴질랜드 훈련 중 하프파이프 바닥으로 떨어져 이마, 코, 혓바닥 안까지 62바늘을 꿰맸다. 하지만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입은 부상에도 그는 “모델 인생은 끝났을지 몰라도 올림픽에 나서는 데에는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미국 콜로라도 프리스코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만난 화이트는 여전히 잘나가는 모델이었다. 이미 광고를 여러 개 찍은 그는 “메이크업 힘을 좀 빌렸다. 내년 2월이면 깜짝 놀랄 광고가 나온다”며 웃었다.

“내가 뭘 잘못해 다쳤는지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실망이 컸다. 파이프 벽을 다 오르지 않았는데 너무 신나서 점프를 일찍 해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것보다 훨씬 심하게 다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제 이렇게 경기에도 나올 수 있지 않느냐. 25년 보드를 타면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긴 처음이었다. 입이 찢어져 한동안 웃지도 못했다.”

숀 화이트가 지난해 12월 미국 콜로라도 코퍼마운틴에서 미국 국가대표 1차 선발전으로 열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멋진 에어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어느 때보다 훈련을 많이 했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여름 내내 스노보드를 탄 이유이기도 하다. 준비가 돼 있다”며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자신했다. 미국스키스노보드협회 제공
사실 화이트는 이 부상 전에도 뉴질랜드 훈련 때 다른 선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여러 차례 들것에 실려 갔다. 그만큼 고난도 새 기술에 애를 썼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US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도 그는 “다음 시즌에는 완전히 새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시선은 오래전 평창 올림픽 금메달에 맞춰졌던 것이다. 여름이면 스케이트보드나 뮤직밴드 활동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곤 했던 그가 지난해 여름에는 캘리포니아 해변이 아닌 뉴질랜드 눈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생일 때도 호화로운 파티 대신 가족과 친구 몇몇만 초대한 소박한 저녁 식사로 대신했다. 화이트는 이런 변화에 대해 “세상 일이 뭘 하든 쉬울 때가 있고 어려워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때가 있다. 불행히도 새 기술은 아주 어려운 축에 속한다(웃음). 일단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정말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올림픽에서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가 3연패를 기대했던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은 화이트는 올림픽을 마치고 ‘내가 왜 그렇게 못했을까’ 찬찬히 돌아봤다고 했다.


“내가 우승할 만한 기술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정신적인 문제가 더 컸다. 당시 하프파이프 말고도 슬로프스타일 훈련에 뮤직밴드, 사업까지 너무 많은 것들을 하다 보니 지쳤던 것 같다. 이제까지 인생에서 성공을 가져다줬던 방식들이 반드시 남은 인생의 다음 목표까지 데려다준다는 보장은 없다. 변화가 필요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 보드에 대한 나의 접근법을 바꿔 보기로 했다.”

그는 소치 올림픽 이후 담당 코치, 비즈니스 매니저, 에이전트까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모두 바꿨다. 그는 “이전 것들이 잘못됐다기보다 같은 것을 너무 오래 반복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새 코치 J J 토머스와 종목도 하프파이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만큼 스노보드를 대하는 태도도 진지해졌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지만 사실 그가 트레이너와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도 소치 이후부터다. 과거의 화이트는 2주에 한 번 헬스장에 가서 ‘그동안 운동 6번 빼먹었으니 한 번에 다 해야겠다’며 스스로를 혹사한 뒤 녹초가 돼 돌아오던 사람이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스노보드는 가장 중요했는데 좀 더 진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제 대회가 없을 때면 화이트는 1주일에 4번 정도 꼼꼼히 체력훈련을 한다. 체육관에 가지 않는 날이면 산악자전거를 즐긴다. 확 트인 풍경을 보며 체육관에서의 지루함을 덜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10대들이 우글대는 세계 하프파이프계에서 올해로 서른둘이 된 그는 ‘조상님’ 수준이다. ‘하프파이프=숀 화이트’였던 절대공식도 더 이상 당연한 게 아니다.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무서운 10대들이 반짝거린다. 그에게 ‘숀 화이트 독재 체제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냐 물었다.

“올림픽에 하프파이프가 포함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자연스레 훈련 시설, 방법, 기술의 발전이 빨라졌다. 멋진 일이다. 물론 그래서 내 밥그릇 지키는 일이 더 힘들어지고 있긴 하지만(웃음), 여전히 재밌다. 이런 환경은 나를 점점 더 힘든 고난도 기술로 몰아붙인다. 아무리 어려운 기술이라도 경기에서 성공시키면 정말 보람이 크다.”

그에게는 하프파이프의 황제라는 타이틀 회복 말고도 평창 시상대에 올라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는 이제껏 올림픽에서 입었던 재킷을 모두 액자에 넣어 걸어놓고 있다. 재킷에는 대회마다 메달을 땄던 선수들의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소치 재킷만 깨끗하다. 그는 “소치 때문에 컬렉션 완성을 못 했다. 소치 때 선수들 사인도 언젠가는 받아서 평창까지 완벽한 세트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스코=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숀 화이트는…

△출생: 1986년 9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직업: 스노보드 선수, 스케이트보드 선수, 뮤직밴드 ‘배드싱스(Bad Things)’ 기타리스트, 에어플러스스타일(Air+Style·스노보드 빅에어 대회 겸 음악 페스티벌) 대표 등
△키, 몸무게: 175cm, 70kg
△이력: 선천성 심장병으로 5세까지 2차례 수술, 6세에 스노보드 시작, 7세에 버튼사와 스폰서십 계약, 13세에 프로 데뷔, 16세에 US오픈 최연소 우승(시상식에서 기념 샴페인 대신 스파클링 애플 사이다를 받음)
△성적: 2006 토리노 올림픽 금메달,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2014 소치 올림픽 4위, X게임 사상 최초로 여름(스케이트보드), 겨울(스노보드) 금메달 동시 석권
#스노보드#숀 화이트#평창올림픽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