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서 金 두개 ‘번쩍’… 밤 12시 노크 “소변 제출하세요”

이헌재 기자

입력 2016-08-23 03:00:00 수정 2016-08-23 09: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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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2016 리우올림픽]취재기자 4명이 전하는 ‘리우에서 생긴 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전 세계에서 2만 명에 가까운 선수와 관계자들이 모여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도 적지 않다. 17일간의 리우 올림픽 취재를 마감하면서 묻어버리기 아까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리우의 뒷이야기’들을 소개한다.
○ 6동 605호의 방장과 방졸

리우 올림픽 선수촌에서 최고의 명당은 6동 605호였다. 2명이 한방을 쓰는 선수촌에서 이 방의 방장과 방졸은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방졸인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가 먼저 금메달을 따냈고, 이어 방장인 오혜리(28·춘천시청)가 태권도 여자 67kg급에서 정상에 오른 것. 방졸이 방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진 않았을까. 김소희는 “먼저 금메달을 땄지만 인터넷에 달린 악플(악성 댓글)을 읽느라 미처 거기까지 신경 못 썼다”며 웃었다. 둘은 태릉선수촌에서도 한방을 썼다.
○ 007이 된 손연재

손연재(22·연세대)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에도 리우 도착 일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이 같은 ‘007작전’에는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상파울루에서 손연재가 러시아 선수들과 훈련할 때 한 한국 방송사가 비밀리에 이를 촬영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선수단이 손연재 측에 불쾌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손연재는 어머니도 놀라게 했다. 일본 언론과 일본어로 인터뷰한 딸의 모습을 본 손연재의 어머니는 “우리 딸이 어렸을 때 조금 배운 일본어인데, 아직도 잘하네”라며 놀라워했다.
○ 자원봉사요원으로 위장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 삼성생명 탁구단 코치가 리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선수촌 내 버스 터미널이었다. 오가는 선수가 많아 얼굴을 알리기에 적합했기 때문. 그곳에서 자신을 자원봉사요원인 줄 알고 “경기장 가는 버스가 어떤 거예요”라고 묻는 선수들에게 유 위원은 길을 알려준 뒤 ‘한 표’를 부탁했다. 25일간의 그런 노력에 처음엔 모른 척하던 북한 선수들도 유 위원에게 “추천했습네다(찍었습니다)”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 사진 한 장이 만든 월드 스타

경기 도중 낙차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진 사이클 박상훈(23·서울시청)은 메달의 꿈은 접었지만 선수촌에서 인기인이 되는 행운을 얻었다. 사고 사진을 본 많은 외국 선수가 그에게 “큰 사고를 당했는데 괜찮은가” “불굴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기 때문. 사고 사진은 끔찍해 보였지만 다행히 단순 타박상에 그쳤다. 사이클 대표팀 관계자는 “우리 상훈이가 ‘월드스타’가 됐네요”라며 웃었다. 여자 기계체조 이은주(17·강원체고)도 북한 홍은정(27)과 찍은 ‘셀카’로 깜짝 스타가 됐다. ‘올림픽의 가장 상징적인 사진’이라고 극찬한 외신 보도에 대해 정작 이은주는 얼떨떨하다는 반응. “기념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이 이렇게 큰 반응을 얻을 줄이야…. 너무 놀랍네요. 호호.”
○ 완판된 한국 도시락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이 가장 좋아한 메뉴는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든 한식 도시락. 여자 배구 선수 김연경은 “선수촌 음식은 메뉴도 많지 않은 데다 너무 짜서 먹을 게 없었다. 코리아하우스 도시락이 있어 하루 한 끼는 든든하게 먹었다”고 말할 정도.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한국 출신 외국 지도자들 중에서도 이 도시락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까지 진종오(37)를 지도했던 김선일 대만 사격대표팀 감독은 “4년 전까진 나도 편하게 도시락을 구했는데”라며 볼멘소리. 김 감독은 지인에게 부탁해 결국 도시락 하나를 얻어냈다.


○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리스트 김현우(28·삼성생명)를 힘겹게 한 건 판정 논란만이 아니었다. 계체를 하루 앞둔 자정 무렵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관이 불쑥 찾아와 도핑 검사를 하겠다며 소변 샘플을 요청한 것. WADA의 불시 검사는 간혹 있지만 계체를 하루 앞두고, 그것도 한밤중의 검사 요구는 김현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 선수단 덮친 리우의 검은손

무도인들도 리우 현지의 검은손을 피하진 못했다.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대회 중반 리우에 합류한 안한봉 레슬링 감독(48·삼성생명)은 도착 하루 만에 현지용으로 지급받은 휴대전화를 도난당했다. 앞서 오세아니아 주짓수(브라질 유술) 챔피언 제이슨 리(뉴질랜드)는 납치강도를 당했다. 남자 유도 동메달리스트 디르크 판 티헐트(벨기에)는 휴대전화를 훔친 도둑을 잡으려다 오히려 폭행당했다.
○ 사진사로 변신한 회장님

한국 양궁이 사상 최초로 전 종목 석권의 쾌거를 이룬 13일 리우 삼보드로무 경기장. 양궁 남자 단체전이 열린 7일부터 한국 선수단의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기쁨에 겨워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 전속 사진사의 카메라를 빌려 사진사로 변신한 것. 선수들의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던 정 회장은 “선수들 사진 찍느라 고생 많았다”며 사진사의 사진도 찍어줬다. 정 회장은 평소 선수들과 카톡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근하게 지낸다.
○ 미우나 고우나 ‘리우’랑 놀아야지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46)의 애완견 이름은 ‘리우’다. 올림픽에 오기 전 신 감독은 리우를 쳐다보며 “리우야! 집에서 응원 좀 열심히 해라. 성적 안 나오면 집에서 같이 쫓겨난다”고 했다. 8강에서 온두라스에 패한 다음 날 신 감독에게 리우의 운명을 물었다. “조별예선에서 8강까지의 경기가 리우가 아닌 브라질의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바람에 리우에는 가지도 못했다. 4강에 올라갔으면 리우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집에 가서 리우랑 놀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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