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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소치 ‘위대한 도전’] 55조원 쏟아부었다는 소치, 그 돈은 다 어디로?

기사입력 2014-02-04 03:00:00 기사수정 2015-04-30 16: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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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숙소 3성급 호텔 온수 끊겨… 인터넷 아예 안되고 승강기도 멈춰
칸막이 없는 ‘쌍둥이 변기’ 또 발견
공사장 인부 “일당 60%밖에 못 받아”


아직도 공사 중 3일 소치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과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러시아 소치 인근의 로사 후토르 익스트림 파크 주변 선수 숙소 앞에서 인부들이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본지 기자들이 묵고 있는 미디어호텔 1층에도 건축 자재와 의자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이 미디어호텔은 엘리베이터 고장에 온수가 제공되지 않아 투숙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소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이면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의 경기장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들며 화려한 위용을 뽐내기 시작한다.

올림픽 파크가 들어선 소치 아들레르 지역은 원래 흑해 연안에 접해 있는 숲이었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러시아 정부는 짐승들이 뛰놀던 이 일대 숲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6개의 최신 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해안 클러스터와 도심에서 50km가량 떨어진 스키 휴양지 크라스나야 폴랴나의 산악 클러스터에도 5개의 경기장을 신설했다. 이 밖에 선수촌과 미디어 센터와 호텔, 해안 클러스터와 산악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철도 등을 건설하는 데 최소 510억 달러(약 55조 원)를 쏟아 부었다. 소치 올림픽은 430억 달러(약 47조 원)를 쓴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을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이다.

그 배경에는 소치 올림픽을 통해 과거 화려했던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심이 숨어 있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굴기(굴起·떨쳐 일어남)’를 전 세계에 과시했던 것과 비슷한 의도다. 하지만 대회 개막(현지 시간 7일)을 불과 사흘 앞둔 상황에서도 소치 올림픽은 이곳저곳에서 ‘누수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소치의 상징이 된 쌍둥이 변기

아직도 공사 중 3일 소치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과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러시아 소치 인근의 로사 후토르 익스트림 파크 주변 선수 숙소 앞에서 인부들이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본지 기자들이 묵고 있는 미디어호텔 1층에도 건축 자재와 의자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이 미디어호텔은 엘리베이터 고장에 온수가 제공되지 않아 투숙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소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소치 올림픽 경기장 화장실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큰 화제가 됐다. 영국 BBC 통신원이 트위터에 올린 그 사진에는 화장실 한 칸에 칸막이 없이 변기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 싶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소치 땅을 밟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3일 오전 기자단 숙소에서 일어나 메인미디어센터(MMC)까지 오는 1시간 동안 기자가 직접 겪은 일들만으로도 설명이 될 것 같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별 3개짜리 호텔이라고 안내했던 방에서는 아침부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무료 서비스라고 자랑했던 인터넷은 유·무선 모두 불통이었다. 전날까지 정상이던 엘리베이터는 전원이 나간 채 멈춰 있었다. 수리를 요청할 수도 없었다. 직원이 앉아 있어야 할 1층 안내데스크에는 정리가 덜 된 자재들만 수북했기 때문이다.

MMC로 가던 셔틀버스는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운전사가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15분이면 충분히 갈 거리였지만 40분이나 걸렸다. 같이 버스에 타고 있던 외국 대표팀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에 지각했다.

1일에는 기자들의 일터인 MMC 여자 화장실에서 AP 기자가 또 하나의 쌍둥이 변기를 발견했다. 500억 달러를 넘게 들인 올림픽에서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자꾸 반복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은 소치 올림픽을 희화화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 자국민에게도 소외받는 올림픽

떠돌이 개들은 불청객으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소치 시내뿐만 아니라 올림픽 파크 내에서도 주인 없이 떠도는 개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ABC 등에 따르면 소치 시는 사설 업체를 고용해 이 떠돌이 개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소치 올림픽은 소치 시민은 물론이고 러시아 국민에게도 냉대를 받고 있다. 소치 시내에서 만난 안드레이 씨는 “올림픽이 열리든 말든 전혀 관심이 없다. 무지막지하게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한 여론조사 기관은 전국의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소치에 직접 찾아가 경기를 관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 한 명도 “그렇다”고 답하지 않았다.

부패와 횡령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만난 한 인부는 “원래 내가 받아야 할 돈이 하루 1000루블(약 3만 원)이라면 실제로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600루블에 불과하다. 400루블이 어디로 갔는지는 뻔하지 않느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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